철강업계, 반덤핑 공포 여전…"AFA 대응 지원 절실
넥스틸 75% 관세폭탄 맞아…"번역 하나 잘못한 탓"
WTO제소 실효성도 의문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2018-04-16 15:48:19
▲ ⓒ넥스틸
정부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 철강 25% 추가 관세 면세를 이끌어 냈지만 미국으로부터의 반덤핑 이슈는 계속되고 있어 철강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일과 11일 한국산 냉간압연강관(Cold-Drawn Mechanical Tubing)과 유정용강관(OCTG)에 각각 최고 48.0%, 75.8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상무부는 두 품목에 대한 최종판정에서 모두 '불리한 가용정보(Adverse Facts Available, AFA)'를 적용했다. AFA는 제소기업 측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하게 제출하지 않으면 피소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반덤핑·상계관세 등을 부과하는 규정이다.

이번 최종판정으로 냉간압연의 경우 상신산업과 율촌은 48.0%, 기타 30.67%, 유정용강관은 넥스틸 75.81%, 세아제강·기타 6.75%의 반덤핑 관세를 맞았다.

특히 넥스틸은 상무부가 예비판정에서 AFA를 부분적으로 적용했지만 이번 최종판정에는 더 강력한 '토털(total) AFA'를 적용했다. 넥스틸은 상무부가 국문으로 된 감사보고서의 번역을 문제 삼았다고 설명했다.

넥스틸이 번역을 맡긴 업체가 '미세관 관세담보'라는 문구를 영문으로 옮기면서 '미세관(US Customs)'을 생략한 채 '관세담보(tariff mortgage)'로 썼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넥스틸 관계자는 "번역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해 반박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부분 하나가 전체 자료를 무시할 만큼인지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AFA 적용으로 한국산 철강재에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왔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반덤핑 조사에서 AFA가 적용된 기업 수는 2013년 이전까지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2014년 23개, 2016년 29개, 지난해 11월말 기준 40개로 크게 증가했다.

또 지난해 기준 AFA가 적용되지 않은 기업들의 평균 반덤핑 관세율은 10.3%인 반면 AFA가 적용된 기업들은 100%를 초과한다.

미국의 반덤핑 규제가 대부분 철강제품에 집중돼 있어 AFA가 적용된 기업도 철강제품 관련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이 반덤핑 등 수입규제 중인 한국산 제품 30건 중 21건이 철강·금속제품일 정도다.

또 상무부는 피제소국 업체 중 두 곳을 선정해 관세율 산정을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업체가 AFA 적용으로 높은 관세율을 부과 받으면 기타 업체는 나머지 한곳 업체 관세율을 적용 받는다.

AFA 적용을 받지 않을 경우 기타업체들이 두 곳 업체의 평균 관세율로 적용되는 것과 차이가 크다.

▲ ⓒ한국무역협회
넥스틸은 수출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미국은 25%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수입할당)를 설정했다. 강관류는 지난해 절반 수준인 104만t까지 수출할 수 있다.

넥스틸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4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받은 이후 대미 수출을 중단하고 송유관 및 일반관 위주로 생산해 이번 최종판정에 대한 영향은 적다"며 "일단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정용강관외 송유관 등 다른 강관품목으로 AFA 적용이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CIT 판결은 WTO와 달리 법적효력을 갖는다. WTO 제소도 중요하지만 CIT 소송을 통해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상무부의 조치에 근거가 없어 법적으로 대응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고 WTO 제소와 달리 CIT 판결은 즉시효력이 발생된다"고 말했다.

실제 CIT는 지난 1월 현대제철이 부식방지 표면처리 강판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며 상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관세율을 다시 산정하라고 명령했다. 철강업계는 AFA에 대해 계속 불리하게 적용됐지만 CIT가 처음으로 상무부의 AFA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명령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높고 중소업체들이 많은 강관업계에서는 정부가 중소 철강업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무부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CIT 제소가 유일하다시피 한 만큼 소송과 관련한 지원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또 쿼터제로 인한 업체들 간의 물량 배분도 하루 빨리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달 26일 232조 관세 부과에 대한 한·미 양국 합의 결과가 나온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강관업체 부서장급을 불러 모아 회의를 열었지만 물량 할당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협상과는 별개로 반덤핑 제재는 개별 업체를 상대로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며 "정부가 WTO 제소로만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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